봄비가 오고 바람마져 건들부는 얄궂은 날.
휴일이라도 너무 늦게 하루를 시작했다.
거의 11시가 가까울 무렵까지 침대에서 시간을 죽이다가.
처마밑에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가 하도 좋아서
그렇다면 더 가까이에서 비를 마주하고 싶어서 무작정
길을 나섰다.
동생은 아카시아꽃 꿀을 받아놓았으니 가져가라고
문자가 와 있었지만 무시하고 가볍게 오랜만에
넋놓고 비를 맞이하고 즐기자고 나선 길이 삼랑진이다.
익숙하고 친숙한 길이라서 잠시 주변의 풍경들 떠올리며.
한적한 국도를 택해 길을 나섰다.
생각했던대로 이미 벚꽃은 다 지고 잎만 무성했고.
이따금씩 찔레꽃이 늘어지게 뻗어서 차창을 열면
상큼한 향기가 빗물에 섞여서 창안으로 날아 들었다.
벌써 단골 카페에는 입추의 여지없이 인파들로
꽉.ㅡ들어찼고.
그나마 한적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마운틴이란 카페에 들어갔다.
가로수와 앞마당이 모호하게 뒤엉켜 있는듯 했고.
그곳에는 아름드리 벚나무가 카페보다 먼저 자리잡고 있었다.
반대편 카페보다 조망이나 서비스는 못해도
넘치지않는 편안함과 안락함이 느껴졌다.
중후한 년령의 주인은 그야말로 인정과 후덕함이
가득했고.
분명 커피를 만드는 기술또한 농익었을 것이란 생각에 커피를 시키며 벌써 마음이 설레었다.
아직 달달한 당분을 섭취하지 않았기에 카라멜 마끼야토를 시키고 실내를 둘러봤다.
역시나 바깥에서 상상했던 그대로의 깔끔하고 세련미 넘친다.
간단하게 포인트만 준 인테리어는 주인을 잘도 닮았다.
물건이건 사람이건 모두가 제자리에 있을 때.
더하여 제자리에서 넘치거나 치우치지 않을때
빛이 나거나 본 모습을 내는 것인데.
이곳은 대부분의 빛깔을 다 찾은듯 편안해서
이질감이 들지 않는다.
내 취향에 적중한 달달한 커피를 두터운 찾잔이
다 식어 커피가 차가울때까지 앉았다가
몇줄의 글을 쓰고 나직한 우산을 받쳐들고서는
후득이는 비와 바람을 피해 갔던 길 되짚어
집으로 향한다.
기세좋은 봄비가 봄비 답지않게 거칠다.
장맛비 같다.
하늘 낮게 구름도 덩달아 짙다.